이런저런 캐리커처

이기영 배우님

아트만두 2022. 10. 15. 11:21

영화 이지 라이더(1969),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1991), 캡틴 아메리카(2011)에는 주인공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육중한 할리 데이비슨(Harley - Davidson)을 타고 등장을 한다. 배우 이기영을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올 블랙의 가죽잠바와 라이방(자장면 보다는 짜장면, 레이벤 보다는 라이방), 그리고 헬맷을 쓴 그가 천둥소리를 닮은 머플러의 굉음과 함께 1991년식 소프테일커스텀을 몰고 나타난 것이다. 1984년 연극 '리어왕'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드라마,  연극, 영화를 종횡무진 누비며 달려온 37년차 배우 다운 등장이었다.

영화 '말아톤(2005)'에서 자폐증을 앓는 주인공 초원이를 가르치는 불량 코치 '정욱'으로, 거의 동시에 촬영한 '달콤한 인생(2005)'에서는 냉혹한 킬러 '오무성'으로,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그 후로도 드라마 자이언츠(2010)의 중앙정보부 국장 '민홍기', 배가본드(2019)의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강주철'과 영화 낙원의 밤(2021)의 무기밀매상 '쿠토'까지, 국내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만큼 선 굵은 연기의 개성파 배우로 자리매김을 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오히려 다른데 있다.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권투, 태권도를 비롯해 당구, 심지어 사진과 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춘 그의 열정에 탄복을 하게 된다. 특히 모두가 알아주는 주당이었던 그가 이런저런 술모임에 불려다니면서도 수년 째 금주를 지키는 모습에는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바람잘 날 없는 대중예술계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데는 대단한 비결이 아닌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던 것이다.

연기를 하는 후배들에게 그가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며 내게 들려주었다. "일 끝나면 술 마시지 말고 곧장 집에 가. 그러면 절대 사고날 일이 없어"

"형님. 그거 저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죠?"
(_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다 204p)